정병화 목사 / 목양1팀장, 월드디아코니아 긴급구호팀장
지난 4월 25일 네팔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전해 듣고, 큰 피해가 없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규모 7.89의 강진이 네팔지역에 입힌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사상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현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너무나 안타까운 소식들이 줄을 이었다. 결국 우리 교회가 주도적으로 섬기고 있는 국제긴급구호NGO인 월드디아코니아에서 긴급조사단을 파견하기로 결정했고, 신속히 팀을 꾸려 네팔로 향했다. 현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전기와 수도가 공급 되지 않고, 숙소가 2차 붕괴의 위험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터에서 노숙을 한다는 것이었다. 잠시 폐쇄되었던 네팔 카트만두공항이 다시 운항이 재개되었다는 소식과 더불어 중국을 거쳐 14시간 만에 네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사랑의교회 파송선교사들은 새벽2시가 넘는 시간까지 공항에 나와 도착이 지연되는 조사단일행을 기다려 주셨고, 공항을 벗어날 무렵 공항주변에 노숙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지진피해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운 도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네팔에서도 역사상 처음 경험하는 강진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모습을 목격했기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으며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선교사들은 사역자로서 구호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숙소에 와서 잠시 눈을 붙이고 바로 아침이 밝자 피해현장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은 그다지 심각한줄 몰랐는데 피해가 심각한 현장에 도착하자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아직도 군인과 복구팀들에 의해서 무너진 건물잔해에서 수습되는 시신을 나르고 있었고, 유족들의 오열하는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네팔의 전통에 따라 동네 개울가에서 시신을 씻은 후 그 자리에서 화장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틀간 피해지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현장상황을 스케치하고 기독언론을 통해 보도자료를 송부하는 등 긴급 조사활동을 벌이고 어떻게 하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피해지역을 도울 수 있을까 여러 방법들을 논의하였다.
네팔은 2007년 왕정정치가 붕괴되면서 민주공화제를 선택한 이후 복음의 문이 열렸고, 감사하게도 200여명이 넘는 선교사들이 헌신하여 네팔복음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었는데, 이번 지진피해를 복구하고 구호하는 일에도 선교사들의 헌신이 참으로 컸다. 세계 각국의 구호단체나 도움의 손길이 임하기전 이미 본인들도 지진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추스르고 본인들의 집과 교회가 아닌 지진피해지역을 돌며 구호활동을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기에 대한 대처능력을 준비하지 못한 정부보다 훨씬 더 빨리 선교사들의 움직임으로 정확한 피해현황을 파악하고 본인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구호품을 마련하여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셨다. 적은 물질이었지만 우리 사랑의교회에서 전달한 지원금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선교사님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처럼 척박한 구호현장을 해갈하는 단비가 되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오기도 했다. 오히려 우리를 대신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선교사에게 우리가 감사하고 고마움을 표해야하는데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짧은 3박 4일간의 조사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를 때 계속 눈에 밟히는 모습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네팔 현지인들의 눈빛이었다. 재난을 당한 자나 재난을 당하지 않은 자나 한결같이 소망 없는 눈빛, 모든 아픔과 어려움을 마치 자신들의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인생에 참된 소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된 소망! 예수 그리스도…. 지진피해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야하는 절망의 끝에서 인생의 진정한 희망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더불어 이번 긴급조사활동 이후 지속적이고도 효과적인 복구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월드디아코니아를 포함한 한국교회가 더욱더 사랑의 마음을 모으기를 소망해본다.
네팔 지진피해 복구를 위한 특별구제헌금
우리 교회는 오늘(17일) 네팔 지진피해 복구를 위한 특별구제헌금을 드리기로 했다. 이는 연이어 닥친 강진으로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네팔을 위해 온 성도들의 마음을 모아, 네팔의 영혼들을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이에 교회는 무너져 내리고 파편조각이 된 네팔 땅이 온전한 사랑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관심을 가져주기를 부탁했다.
한국교회봉사단이 전해온 네팔 현지 상황
이재민 돕기에 나선 한인 선교사… 재정지원 받아 현지지원이 효과적
네팔에 있는 한인들은 약 500명이다. 이 중 선교사가 220명이다. 한인사회가 곧 한인교회라 해도 될 정도다. 파송 교단과 기관은 달라도, 사역 형태와 내용은 달라도, 하나로 뭉쳤다. 네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네팔 선교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교사회가 전면에 나서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네팔한인선교사회는 한인사회를 포괄해서 네팔지진긴급대책본부를 만들고, 네팔 한인사회를 통한 네팔 이재민 돕기 창구를 일원화했다.
대책본부의 지원업무는 이렇게 진행된다. 누구라도 지진 피해 상황을 양식에 따라 접수하면 재난대책본부가 그곳에 긴급구호품을 지원하는 형태. 피해지역에 가장 필요한 긴급구호품은 텐트, 비상식량, 담요였다. 한인들과 네팔인들이 집으로 들어간 후에도 텐트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집이 부서져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긴급구호는 시급한데 돈이 없었다. 선교사들이 호주머니를 털었다. 그렇게 모인 후원금은 바로바로 피해 지역에 대한 긴급구호에 사용됐다. 긴급대책본부는 며칠 사이 이렇게 십시일반 약 2만 달러 정도를 네팔 이재민을 지원했다.
네팔 대지진은 전 세계적인 재난이 됐다. 한국교회의 NGO 단체들도 속속 네팔로 달려갔다. 한국교회봉사단‧월드디아코니아(대표 김삼환 목사, 이사장 오정현 목사)는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네팔에 실사단을 파견했다. 네팔 현지에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긴급구호물품을 지원하고, 네팔 이재민 돕기 중·장기계획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실사단은 이틀간의 현장 일정을 통해 카트만두 시내에서 가장 피해가 심했던 박타푸르 지역을 방문해 상황을 살펴보았다. 또 네팔긴급재난대책본부와 네팔OM본부, 그리고 액트 얼라이언스를 찾아 효과적인 지원 방법을 논의했다. 실사단은 대책본부에서는 하나 된 지원 통로를, 네팔OM본부에서는 지역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을, 액트 얼라이언스에서는 연합해서 하나의 이름으로 구호활동을 전개하는 서구교회의 저력을 보았다. 실사단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현재 시점에서 한국교회의 후원이 네팔 이재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이들을 잘 알고 있는 선교사들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실사단은 5월 1일 네팔긴급재난대책본부를 재방문, 1차로 긴급구호물품(텐트 500동, 비상식량 25kg쌀 900포대, 담요 600장)을 ‘한국교회’ 이름으로 전달했다. 이번 후원으로 500가구 이상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교회의 사랑도 네팔 현지로 향하는 분위기다.
네팔 카트만두 중심가와 여행자거리로 유명한 타멜 거리는 평상심을 거의 회복한 모습이다. 도심 곳곳에서 이번 대지진 참상을 보여주는 무너진 벽돌더미들을, 산재해 있는 공원에서 천막촌을 볼 수 있지만, 거리는 어느 새 일상으로 돌아온 듯하다. 그렇지만 피해가 집중됐던 박타푸르를 비롯해 피해가 컸던 시골 마을에서는, 아직도 생존자를 찾아 건물 잔해를 조심스럽게 치우는 긴급구조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교회의 대응은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대책본부 어준경 본부장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한 달간은 피해 지역에 대한 긴급구호가 진행돼야 한다. 또 그와 더불어 중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임시 거처와 가재도구 지원이 필요하다. 지원도 물품보다는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재정을 지원받아 현지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지의 열악한 위생환경으로 인해 전염병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전염병 예방 교육과 홍보에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요청도 있다. 네팔 현지에서 만난 코이카 신순옥 대원은 말한다. “네팔어로 된 수인성 질병과 전염병에 대한 짧은 안내문이 있었으면 한다. SNS를 통해 전염병에 대한 주의사항을 올리고는 있지만, 저 혼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번에 포옹이라는 단어가 많이 생각난다. 구호물자 이상을 줄 수 있는 게 한국교회이다. 돈이나 구호물품 이상의 무엇을 줄 수 있는지 한국교회가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한국교회의 지진 피해 후원은 네팔 현지인에게 집중돼 있다. 다행히 한인 선교사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역시 눈으로 보이는 피해만 볼 때 그렇다. 정신적인 피해도 있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이 느끼는 상처는 생각보다 커 보인다. 그래서 네팔의 시니어 선교사들이 특별히 한국교회를 향해 부탁하는 바가 있다.
“선교사들에 대한 심리적 치료가 필요하다. 힘들어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본국 송환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분들을 향해 ‘선교사 자세가 안 됐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 선교사 케어를 준비해야 한다.”
2024.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