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경 교사 / 사랑중고등부
2년 째 찬양 선생님을 맡아왔던지라 아이들과 더욱 가깝게 보낼 수 있는 놀이동산에서의 하루가 나에겐 더욱 설렘으로 다가왔다. 오늘 함께할 친구는 바로 제균이었다. 속에 스치는 생각. ‘아 오늘 제대로 긴장해야겠구나’.
“제균아 여기서 길 잃어버리면 절대 안대. 선생님 옆에 꼭 붙어 있어야 돼”를 연발하면서 그렇게 손을 꼭 붙들고 놀이동산에 입장했다. 하지만, 행여 제균이를 잃어버릴까 붙잡은 제 손은 이내 족쇄가 되어 제균이를 옳아 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 그래도 호기심 많은 제균이는 교회가 아닌, 사방에서 어린이들을 향한 유혹의 손길을 뻗어대는 '꿈과 환상의 나라'에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방법을 바꿔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족쇄가 된 손을 천천히 풀어주었다. 그리고 제균이의 호기심이 풀릴 때까지 적당히 기다려주면서 제균이도, 그리고 나도 여유를 되찾기 시작했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나도 제균이를, 그리고 제균이도 나를 이해해주면서 그 시간을 함께 즐기는 방법들을 찾아갔다.
우리는 시간이 촉박해 계획해 온 놀이기구를 다 타지는 못할 것 같았지만 유독 제균이가 아쉬워했던 놀이기구를 마지막으로 오늘 투어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꽤 섬뜩해 보이는 놀이기구였기에 제균이에게 탈 수 있겠냐고 다시 물었더니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전 괜찮은데 선생님이 걱정되서요.”
놀이기구를 탈 때마다 겁을 내던 내 모습을 내심 보고 있었나보다. 사실 나도 못 타는 걸 억지로 탔던 것도 아니었지만 평소 무심해 보이던 제균이가 나를 걱정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안 그 순간 어찌나 감동이 되던지.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렇게 만족감을 안고 놀이공원을 나와서 “제균아, 이제 우리 헤어질 시간이야~ 집에 가야돼”라고 말하자, 나올 때까지도 휴대폰 액정에서 눈을 떼지 않던 제균이는 ‘네’라고 대답하면서 가볍게 포옹해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무심한 제균이가 포옹을 해주다니! 그 날 보여줬던 소소하지만 따뜻한 제균이의 모습은 감동받기에 충분했고 또 그런 제균이에게 고마웠다. 하루 동안 제균이와 같은 마음이 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보낼 수 있어서 참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2024.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