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스테이블(Joe’s Table)의 감사예배 및 협약식이 있던 21일 토요일 오전. 각 언론사 기자 및 취재진이 즐비했던 남 드림센터 로비에서 News우리는 정문현 장로와 정성자 권사
(사진)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엔 두 해 전 먼저 천국으로 간, 정 장로 내외의 첫째 아들 조셉이 책으로나마 함께 했다.
Hi, My name is Joseph.
What is your name?
서른 두 해를 살다간 조셉은 정문현 장로의 가족에게도, 조셉을 만났던 모든 사람에게도 하나님의 선물이었다. “조셉은 장로님께 어떤 아들이었나요?”라는 질문에 정 장로는 “조셉은 대통령을 만날 때도, 거리의 노숙인을 만날 때도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 ‘Hi, My name is Joseph. What is your name?’이라 묻곤 했지요. 조셉을 통해 나는 겸손을 배우게 됐어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성자 권사는 이것을 예수님의 마음이라 표현했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한다. “예수님은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 ‘My name is Jesus. What is your name?’ 하고 물으며 우리가 문을 열어 그분의 손을 잡고 가기를 바라셨죠. 조셉은 바로 그 예수님의 마음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이처럼 조셉은 누구에게든 먼저 다가가, 문을 두드리며 기다리시는 예수님의 그 마음을 전하는 선교사였다.
조셉과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는 정 장로 내외 뒤로, 카페 벽면에 그려진 조셉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너는 하나님의 메시지란다’ 책 발간에 감사하며 강단에 서서 “23일이면 우리 아들 조셉이 하늘에서 맞는 두 번째 생일입니다”라 말했던 정 권사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담담히 책 이야기를 하는 정 권사였지만, 아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헤어짐의 슬픔은 금세 눈시울을 뜨겁게 했
었다.
조셉과 하나님
조셉의 삶이 궁금해 이야기를 더 이어갔다. 책을 건네며 들려주는 조셉의 이야기는 하나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첫 아이였던 조셉. 분만실에서 아이의 울음을 듣던 그 순간 정 권사는 한없이 기뻤다고 한다.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고자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으셨던 조부모님, 부르심에 순종하여 부와 명예를 버리고 이름 없는 목
회자로 섬기고 계신 부모님, 그리고 선교사를 돕는 선교사가 되고자 밤낮 없이 뛰어다니는 남편의 인생을 생각하다 보니, 하나님이 이 가정에 가장 좋은 것으로 축복해주고 싶어 하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셉이 태중에 있을 때부터 정 장로 내외는 첫 아이를 선교사로 하나님께 서원했다고 한다.
조셉이 태어난 지 열달 된 때,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정 권사는 조셉을 안고 여느 때처럼 예방접종을 받으러 병원에 찾아갔다고 한다. 그런데 주사가 아팠는지 조셉이 크게 울었다. 우는 조셉을 달래느라 분주한 정 권사였지만, 그순간 주변에 있던 간호사와 의사가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고. 그리고 몇 분 동안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나눈 뒤 태연하게 의사가 정 권사에게로 다가왔다고 한다. 이민 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영어가 서툴렀지만 얼핏 ‘10개월’, ‘24개월’, ‘용량 초과’라는 단어를 들었다고 한다.
그날 밤 열이 펄펄 끓었던 조셉은 그 후 며칠간을 앓고 회복되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부터 조셉의 발달속도가 눈에 띄게 더디어진 것 같다고 한다. 그땐 모르고 지나갔지만, 그 사건이 조셉에게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혔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고. 그렇게 30여년 전인 1984년, 조셉은 ‘자폐’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전반적 발달장애(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인 자폐. 문득문득 그때의 일이 회한처럼 떠오르는 정 권사에게 의사들은 “열이 난다고 다 뇌손상을 입어 장애아가 된다면 세상에 장애아 아닌 애가 어디 있겠어요?”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인 정 권사는 그날의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화평케 하는 작은 자
조셉의 장애를 알고 난 후 생활에 치이며, 하나님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고 정 권사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주일학교 때부터 들었던 하나님의 말씀이 겨자씨와 같은 믿음이 됐다고 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고 선하신 분, 약한 자를 들어 강하게 사용하시는 분이야. 그렇기 때문에 조셉을 향해서도 하나님의 특별한 뜻이 반드시 있을 거야.’
이 믿음 때문이었을까? 조셉 역시 일반 아이들처럼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셉은 하나님을 기뻐했고, 하나님의 마스터플랜 속에서 그분이 하시는 일을 나타냈으며, 지상에서의 상급이 아니라 하늘나라의 상급을 바라며 사는 길 위에 서 있었다고 전한다.
2012년 급작스럽게 떠난 아들을 그리며, 정성자 권사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조셉의 모습을 통해 전했다. “거짓과 사기와 온갖 권모술수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조셉은 그와 같은 죄와 악을 품을 줄을 몰랐습니다. 거짓말이 뭔지 모르는, 악한 의도를 품는 것, 두 마음을 품는다는게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조스테이블을 통해 또 조셉을 통해 복음이 전파되기 바라는 정문현 장로 내외는 “조셉은 먼저 천국으로 가서도 선교를 놓지 않는 것 같다”라고 전하며 말을 마무리 했다. ‘지극히 작은 자를 들어 쓰시는’ 하나님의 선교사 조셉은 복음을 전하는 하나님의 꿈이었다.
조스테이블 Joe is (T) able
조스테이블은 조셉을 위해, 조셉과 같은 아이들을 위해 기
획되어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소통하며 사회를 이루어가는 기점이 되고자 했다. 조스테이블(Joe’s Table)이란 카페명은 조셉(Joe)이 모든 능력을 주시는 십자가(T) 안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able)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포괄적으로 Joe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문현 회장은 조스테이블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며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장애를 넘어 지역을 위해 일하고, 지역을 돕고, 지역의 일부가 되는 것이, 바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또 사회를 바꾸는 일임을 확신한 것이다.
조스테이블의 공동대표로 있는 정성자 권사는 카페 안 넓은 테이블을 보며 “사람들을 좋아했던 조셉을 기억하며 카페에 여럿이 함께 앉아 소통할 수 있는 넓은 테이블을 놓았어요. 사랑의교회 여러분들이 조셉처럼 이 공간에서 더욱 함께 웃으며 더불어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라고 전했다. 조스테이블이 이곳에서 화평을 이뤄나가는 공간이 되길 소망한 것이다.
“조셉, 넌 분명한 하나님의 메시지야. 사랑한다.”
전주하 기자 harip@sarang.org
2024.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