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정정호 집사 |
중앙대 영문과 교수, 교수선교회

선거가 불과 3일 앞으로 다가왔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지방자치 단체 선거를 우리는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맞아야 할까?
이번 선거는 지난 4월의 세월호 참사로 정국이 어수선하고 인심이 어지러운 가운데 치러지게 되어, 각 후보의 공약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나 비교 기회를 별로 가지지 못해 무척이나 아쉽다. 도지사나 시장 같은 광역 자치단체장 후보들은 언론이나 TV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이 그들의 공약이나 정책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으나, 기초단체 선거에서는 여당과 야당뿐만 아니라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자들도 많아 인물평가나 정책토론이 쉽지 않다. 게다가 거리마다 어지럽게 붙어있는 벽보들은 애매모호하여 어떤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지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이런 불확실성을 그대로 방치한 채 우리가 6월 4일 투표에 임한다면 기독교인으로서 결코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항상 깨어있어야 하지만 그동안 그러지 못했다면, 우리는 바로 3일 후의 정당한 투표행사를 위해 다시 한 번 깨어 일어나 시간을 내고 관심을 기울여 각 후보자를 면밀히 살펴야만 합당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투표권, 우리에게 주신 정치적 소명
서양에서는 18세기 이후 시민사회가 수립되면서 주권재민의 이념에 따른 민주주의가 근대 새로운 정치제도로 정착되었다. 민주주의는 최상의 제도는 아닐지 모르지만 현 단계에서 실천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지도자의 통치 권력이 세습이나 소수자의 강권에 의해 결정될 때 발생하는 부작용과 비극을 역사에서 자주 보아왔다. 대의민주주의가 가장 앞선다는 영국의 선거제도의 발전과정을 보면, 한때는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나 재력이 있는 지배계급만이 투표권을 지녔으며, 일반 중산층, 노동자, 여성에게까지 투표권이 부여된 것은 불과 100여 년 전 일이다. 피를 흘려 시민의 권리를 쟁취한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유권자로서 시민들의 투표권의 소중함에 대한 의식이 미약한 때도 있었다.
민주주의 정치 이념은 하나님 앞에서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넘어 모든 사람이 평등한 기독교 교리와 가장 가깝고 이런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제도가 선거와 투표라고 말할 수 있다. 투표권을 엄정히 수행하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정치적 소명으로 게을리 할 수 없는 일이다. 개혁주의적 복음주의를 따르는 우리가 투표에 반드시 참여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공의와 사랑이 넘치는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여러 단계들 중 하나다. 기독교인들의 정치참여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투표권 행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기독교적 실천행위다.

차선이라도 선택하라
이번 지방자치 선거는 국가수반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과는 달리 투표 대상이 여러 가지여서 유권자들이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야할 사항들이 특히나 많다. 서울시의 경우 대선거구인 서울시장,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하여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모두 5번의 투표가 필요하다. 선거는 흔히들 바람이라지만 기초 자치단체 선거는 바람에 흘러가서는 안 되고 각 지역의 현안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가장 적합한 후보자가 뽑혀야 한다. 여러 후보자들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최고 기준은 “정직”이다. 공의와 사랑으로 이 세상을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방식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정직을 통해 가능하다. 우리를 대신하여 공무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정직은 가장 필수적인 덕목으로, 정직의 토대 위에서만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부정부패와 각종 비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표를 어떤 후보자에게 던질 것인가? 하나님의 뜻에 가장 합당한 후보자를 구별해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후보자의 경력과 공약을 잘 살펴보고 우리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성경적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르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묵상과 기도로 판별해내야 할 것이다. 만일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없다면 차선의 인물이라도 선택해야 함이 옳다. 이번 6월 4일 투표는 이 지상에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기위한 기독교 시민의 신성한 의무이며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신 문화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