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즈 남동부 브리젠드(Bridgend)시에 위치한 WEST(Wales Evangelical School of Theology). 복음주의
신학교로는 웨일즈에서 유일하며, 영국 전 지역에서도 손에 꼽힌다고 한다. 과거 전 세계에 끼친 영국교회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한적한 시골마을 안에 때로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작은 학교는, 마치 쇠퇴한 영국교
회의 오늘을 대변하는 듯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곳에 지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부흥의 봄’을 맞이한 WEST를 ‘News우리’가 찾았다.
씨앗이 뿌려지다
변화의 시작은 2011년 사랑의교회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다. 먼저는 입학생 수가 늘었다. 현재 WEST에는 학부, 석·박사과정을 통합해 100여 명의 학생들이 수학한다. 매년 평균 20명 안팎의 신입생이 입학했으나, 파트너십 이후 학교의 안정화와 더불어 2013년에는 신입생이 35명(학부 25명 포함)으로 늘어났다. 여러 성도들의 헌신으로 학교에는 장학제도와 실력을 갖춘 교수진들이 보강됐다.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도서관이 확장되고, 휴식과 취사가 가능한 다목적 공간이 늘어났으며, 호텔 셰프를 고용해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게 했다.
WEST 재정담당 케빈 그린(Kevin Green)씨는 “WEST는 오랜 재정난을 겪었지만, 사랑의교회와의 파트너십 이후로 유익한 커리큘럼이 개설되고, 여러 학생 편의시설을 확충할 수 있었다. 이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기쁨이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한편 한국 학교와 학생들의 참여도 활발해졌다. WEST는 최근 총신대와의 MOU를 체결해 학점교환이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2012년 7월부터 6개월 과정의 IFC(International Foundation Course, 신앙교육을 겸한 영어어학연수)가 시작되어 매회 20명 안팎의 한국학생들과 중국, 유럽 등 국제학생들이 참여한다.
특별히 우리 교회가 웨일즈에 복음의 빚을 갚고자 2012년 헌신한 사랑토마스센터는, 현재예배실을 겸한 강의동으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스티브 포츠(Steve Potts, 학교 서점운영)씨는 “이 같은 모습은 오랜 시간동안 학교에서 볼 수 없던 광경이다. 담장에 가려진 학교가 오픈되고 많은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왔다. 늘 조용하던 학생들이 요즘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새로운 선교방법 통했다
이런 변화의 이유를 고성삼 목사(국제사역총괄)는 두 가지로 분석했다. ‘사람을 세우는 것’과 현지 문화를 이해한 ‘전략적 선교방법’이 그것이다. 고 목사는 “과거 엄청난 부흥을 경험한 영국인들은 자존심이 강해 새로운 방법으로 선교 접근을 해야 했다”며, “한국 선교사가 교회를 짓고 직접 목회하기보다, 현지 목회자, 신학생들에게 복음의 열정을 지펴주고 그들을 부흥의 주역으로 세우려는 우리 노력이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WEST의 조나단 스테판(Jonathan Stephen) 총장 역시 “한국인들이 우리와 동떨어진 사역을 한다면 큰 괴리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교회는 이곳의 문화를 인정하며 우리를 도우려 최선을 다했다. 그것이 지금 이 사역의 성공요인이며, 우리가 사랑의교회에 감사한 이유다”라고 전했다.
팀 스틸(Tim Steele, WEST 졸업, 현 IFC강사)씨는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아무리 둘러봐도 학교엔 10명의 학생들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수많은 학생들과 매일 인사한다. 그것이 가장 큰 변화다. 또 이곳의 한국학생들은 창조적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웨일즈 학생들은 외국인을 만나는 경험이 거의 없는데, 이런 만남이 이곳 학생들에게 더 많은 시각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교회는 웨일즈 현지 교회와도 긴밀히 협력해 개척 및 파송에 힘쓰고 있다. 오늘날 영국교회 성도들 대부분은 전 인생에 걸쳐 교회 개척을 눈으로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저 교회가 무너지는 것만을 바라볼 뿐이다. 그러나 현지 건강한 교회들이 새 교회를 개척하도록 돕고, WEST신학생들을 일으켜 파송하는 선교사역은, 웨일즈 교회와 신학생들에게 커다란 동기부여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조나단 스테판 총장은 “지난 3년간 WEST에서 벌어진 변화를 영국 교계에서도 깊이 주목하고 있다”며 행복한 고민을 나눴다.
놀라운 성장과 열매
대저택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WEST. 여전히 강의실 곳곳에 비가 새고 기숙사에도 불편함이 많지만, 학생들은 잃었던 꿈을 찾고 삶의 목적 또한 분명해졌다고 한다.
신학생 피터 허니우드(Peter Honeywood)씨는 최근 벌어진 변화를 “Fantastic!”이라고 표현했다. “영국교회가 사라지고 있음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열정과 리더십은 굉장히 강하고 우리를 자극한다. 우리가 세운 한국교회가 자랑스럽다. 나도 이곳에서 주님이 사용하시는 목회자로 일어서기를 꿈꾼다”며 소망을 전했다.
최근 WEST이사회는 온라인 수업과정을 개설하기로 했다. 영국은 내로라하는 학식을 자랑하기에, 이를 이용해 해외에서도 신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온라인 수업과정은 특별히 세계선교와 복음사역에 열정이 대단하지만, 신학적 기반이 아직 미약한 중국교회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코르 베네마(Cor Bennema, 신약학)교수는 “WEST는 놀랍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학부 입학생은 25명인데 3년 이내 60명을 목표로 한다.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에 부르셨고 학생들의 인도자로 쓰신다고 생각한다. 사명을 잊지 않고 훌륭한 일꾼을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우리 교회의 후원으로 IFC에 참여하게 된 학생 사브리나 실라(Sabriba Syla, 알바니아)도 “이슬람권에서 나와 어머니를 구원하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WEST에서 나의 꿈이 더욱 강해졌다. 장차 유럽선교를 위해 쓰임 받는 일꾼이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웨일즈의 작은 마을 브리젠드에서 벌어진 지난 3년간의 변화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복음의 열정을 불어넣었다. 부흥을 향한 불씨는 당겨졌다. 무너진 곳에 사람과 교회를 세우고 세계선교를 마무리하는 사랑의교회의 꿈, 과거 부흥의 영광을 재현하고 복음으로 유럽을 다시 일으키려는 WEST의 꿈, 사랑의교회와 WEST는 함께 손을 잡고 이 벅찬 꿈을 향하여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이승재 기자 pine@sarang.org
20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