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사순절을 보내고 있다. 근래 관심이 약화되었지만 사순절은 역사적으로 그리스도인에게 매우 중요한 절기다. 고래(古來)로 믿음의 선진들은 사순절 동안 말씀을 묵상하고 절제하는 생활을 통해 예수님의 고난과 영광의 노정(路程)을 함께 했다. 묵상과 기도를 통해 허물어졌던 주님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더 깊은 영적 경지로 들어갔다.
사순절을 보내는 방식은 시대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초기 교회에서는 사순절 기간, 하루에 저녁 한 끼만 먹으며 엄격하게 지켰다. 현대에 와서는 단식기간 보다는 구제와 경건훈련기간으로 지키는 정도로 완화됐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오락, 행사를 피하는 등 작게나마 개인적 희생을 치르는 정도로 바뀌었다.
요즘엔 ‘미디어 금식’이 실천방식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사순절 만이라도 말씀 묵상과 경건 생활을 가로막는 온갖 미디어의 공해로부터 벗어나 주님과의 교제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그래서 사순절 기간 TV나 영화,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미디어 사용과 접촉을 최대한 삼간다. 이렇게 해 주어진 시간들은 오롯이 묵상과 기도의 시간으로 할애된다.
사순절을 잘 보내면 우리의 신앙은 새롭게 재정렬된다. 세상을 향했던 눈이 예수님께 다시 고정되고, 십자가안에 표현된 하나님의 놀라우신 사랑에 새삼 전율하며, 그리스도의 제자로 불러주심에 감사 감격하게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큰 기쁨과 설렘으로 부활절을 맞는다. 우리들의 사순절은 어떠한가요.
사순절은⋯
사순절(四旬節)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교회력 절기로,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기 전까지의 40일 기간을 말한다. 사순절은 속죄일부터 시작하는데, 이날 재를 이마에 바르고 회개를 한다고 해서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라고도 불린다. 이때부터 40일을 지키되 6번의 주일은 세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사순절을 뜻하는 영어 단어 ‘Lent’는 ‘봄날(Lencten)’이라는 영어 고어에서 유래했다. 이는 사순절이 예수님의 수난을 통해 인류에게 주어진 영원한 생명(요 3:16)을 선물 받았음을 의미한다.
근래 사순절의 중요성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많다. 2010년 영국에서 범(汎)교회적으로 시작된 ‘빅 리드(Big Read)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사순절 기간 성도들이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하도록 이끄는 이 프로젝트엔 영국 북동부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도 동참한다. 성도들은 교회에서, 소모임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한다. 사순절 기간을 통해 성도들이 깊이있고 균형 잡힌 경건생활을 지속토록 하는 것이 목표다.
2024.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