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 것은 그리 큰 일이 아니지만 우리와 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러시아의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배병휴 / 사랑의복지관 직업지원팀장
사랑의복지관은 지난 5월 9~12일 3박 4일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시 손니치문화센터를 방문해 한국과 러시아의 장애인들이 함께 교류하는 ‘한·러 에이블 아트 페스티벌(Able Art Festival)’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사랑의복지관 사랑의오케스트라가 국내에서 두 차례 정기공연을 하면서 해외 공연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있던 차에 연해주장애인연합회의 초청 제의로 진행됐다.
페스티벌을 진행함에 있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연해주장애인연합회가 주정부와 협회의 사정으로 행사 2주일 전에 갑작스럽게 행사를 취소해야 하는 사정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연해주장애인연합회의 행사를 진행하게 하셨고, 주정부 차원에서도 한국의 장애인들이 러시아를 방문해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공연을 하고자 하는 의미를 재해석하면서, 공연에 참여한 장애인들에게 기념 메달을 증정하겠다는 형태로 급선회되어 행사가 진행됐다.
5월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내리니 봄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그날 저녁 9시까지 마지막 연습을 하고 최종 리허설을 하면서 우리 친구들이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지금은 비가 내리지만 하나님께서 우리 친구들을 통해 더 큰 뜻을 이뤄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5월 10일 아침! 커튼을 열어보니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어서 비가 오지는 않겠구나 생각했다. 연해주장애인연합회의 초청 공연 장소로 이동해 최종 리허설을 마무리했다. 본 행사가 시작되자 현지 장애인들과 가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그곳에서 우리 친구들은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맘껏 뽐내는 기회를 가졌으며, 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연주를 통해 나타냈다.
행사를 마친 뒤 연해주장애인연합회는 ‘우정은 국경을 초월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기념 메달과 함께 사랑의복지관에 감사 트로피를 전달했으며, 사랑의복지관은 초청에 대한 감사패를 전달했다.
오전 행사는 조금 아쉬운 맘이 컸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우리가 초청한 연해주 지역의 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공연이 오후 2시부터 진행됐으므로 다시 블라디보스토크 호텔에서 손니치문화센터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공식 공연이 시작된다는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식전행사가 진행됐고, 사랑의오케스트라의 첫 곡인 아리랑이 연주될 때는 가슴에서 뭉클한 뭔가가 솟구쳤다. ‘아리랑’ ‘내가 천사의 말을 한다 해도’ ‘우리가 지금은 나그네 되어도’ 등 7곡이 연주됐다. 연주가 끝난 후에는 200여 명의 장애인과 가족, 내빈들로부터 엄청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꿈두드림 난타 동아리는 국악 장단을 기본으로, 페인트 통, 전통 북, 난타 북을 활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꿈두드림의 공연이 색다른 느낌을 준 듯 객석에서는 많은 관심과 호감을 표현했고, 공연 내내 연주자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장단에 맞춰 하나가 되는 모습이었다.
공연을 관람한 러시아 현지 교사는 “전혀 색다른 모습이었으며, 오케스트라 공연을 통해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난타 공연을 생각의 전환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화음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행사에 초청된 연해주 주정부 국장은 “대한민국과 손니치문화센터에서 이렇게 훌륭한 자리를 만들어 러시아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보여주심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우리의 공연은 바로 당일, 러시아 현지 방송에서도 약 10분간 방송됐다. 한국의 장애인들이 오케스트라 공연과 난타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을 방영하며 “한국은 이렇게 엄청난 일을 이뤄내는데 러시아는 장애인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는 러시아 사회에 던지는 질문과 함께 한국의 장애인들이 기쁘고, 즐겁게 공연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깊숙한 곳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고 방송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함께했던 우리 장애인 친구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한 것은 그리 큰 일이 아니지만 우리와 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러시아의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우리 안에 예수님의 사랑이 가득함을 전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음에 만족한다.
러시아 공연을 다녀와서
송우련 인덕중 1/ 사랑의오케스트라 바이올린 담당
5월 9일, 기다리던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기 위해 이른 새벽 일어나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단원들과 가족들이 하나둘 공항에 모였다. 엄마와 작별인사를 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에게 인사하고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이제 비행기에 탑승하면 진짜 출발이다. 내가 다른 나라의 땅을 밟게 되다니, 너무나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렸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하자 비가 보슬보슬 내렸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봄비 같았다. 하지만 비가 계속 내릴까봐 걱정도 됐다. 그래서 하나님께 좋은 날씨를 달라고 기도했다. 우리가 3박4일 동안 지내게 될 손니치문화센터는 무척 깨끗하고 친절하고 밥도 맛있었다. 참 신기한 것은 한국은 저녁 7~8시면 어두워지는데, 이곳은 9시가 넘었는데도 밖이 환했고, 10시가 돼서야 깜깜해졌다. 우리나라보다 2시간이 빠르기 때문이라고 룸메이트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마법 같은 블라디보스토크의 첫날을 보냈다.
5월 10일, 어제 기도 때문인지 하나님께서 무척이나 화창하고 상쾌한 날씨를 주셨다. 우리는 손니치문화센터와 블라디보스토크 연해주 호텔에서 연주를 했다.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우리 연주를 보러 왔다. 사람들의 힘찬 박수와 함께 연주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민요인 ‘아리랑’을 시작으로 러시아 대표곡인 ‘백만 송이 장미’를 연주할 때 그들은 다 같이 연주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들의 목소리는 마치 초콜릿처럼 달콤했고, 우리 연주도 뜨거워졌다. 공연을 보러 온 연해주 청각장애인학교 수화 통역사 선생님이 귀가 들리지 않는 학생들에게 우리가 연주하는 음악의 뜻을 알 수 있게 전달해 주셨다. 그들도 함께 공감하는 것 같아 뿌듯했다. 그 열광과 감동 속에서 성공적으로 연주를 마칠 수 있었다.
5월 11일, 드디어 시내 관광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러시아의 곳곳을 탐험하는 기분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맛있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철도, 상점, 박물관 등을 방문하면서 우리나라 문화 못지않게 다른 나라의 문화도 소중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5월 12일, 이별의 시간이다. 우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접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아쉽기도 했지만 언젠가 다시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많은 배려와 관심을 가져주시고, 친절하게 대해주신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동행을 하면서 매사에 기도해 주시고 이끌어주셨던 남동우 관장님과 김성은 지휘자 선생님, 송수강 피아노 선생님, 이경은 바이올린 선생님, 김한빈 비올라 선생님, 남상규 집사님, 사랑의복지관 배병휴 팀장님, 노은용 팀장님, 허경 선생님, 강지화 선생님을 비롯해 손니치문화센터에서 우리에게 맛있는 밥과 잠자리를 제공해주신 센터 원장님과 목사님, 모든 직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4.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