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김재원 집사 / 사랑부 남자4 다락방 순장

사역훈련 때, 제자반 목사님이었던 남동우 목사님의 권유로 사랑부 부모캠프 강의를 하게 됐다. 걱정 반, 우려 반. “내가 네 입과 함께 있어서 할 말을 가르치시겠다”는 말씀에 의지해 순종했던 나는 캠프에서 만난 부모님들을 통해 더 큰 은혜를 받았다. 지쳐있으리라 생각했던 그들의 표정은 활기 넘치고 맑았다. 격려의 말을 해 주라는 목사님 말씀을 뒤로 하고, 나는 오히려 격려를 받았다. 해가 바뀔 즈음, 목사님께 사랑부 아버지 다락방을 맡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다시 캠프에서 느꼈던 기쁨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며칠 후에 전화를 걸었다. “네, 목사님. 순종하겠습니다.”

다락방에서 만난 순원들의 표정은 역시 맑았고 삶에는 기쁨의 흔적이 있었다. 물론 아이들을 돌보는 삶은 힘들다.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늘 같이 있고, 미래를 준비하고, 알아보고, 기도하고, 또 사랑해 주는 그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역이다. 그들을 통해 졸지도 않으시고 눈동자 같이 나를 지키시는 하나님의 심정을 헤아려본다. 가정의 중심은 아픈 식구에게 있다. 하나님의 중심도 생각이 불편한 그 아이들에게 있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그 아이들을 맡길 가정을 고르고 또 고르셨다. 존 스토트「기독교의 기본진리」에 나온 것처럼 하나님은 모든 그리스도인을 사역, 즉 그리스도를 위해 다른 사람의 종이 되어 섬기는 일로 부르셨다. 부모들에게 그 아이들은 사역이다.

“우리 아이는 바리스타 교육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우리 아이는 사랑 미술학교를 재미있어 하네요. 목사님 얼굴을 그려서 드렸대요,” “우리 아이와 공과 말씀을 매일 읽고 나누기 시작했어요. 진즉 할 걸 그랬지 뭐예요.”, “우리 아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매일 그렇게 기뻐해요. 어떻게 보면 제일 행복하다니까요.” 그들이 나누는 기쁨은 결코 소박하지 않다. 아이들에게 쏟는 부모의 넘치는 수고와 사랑이 그대로 담긴 엄청난 기쁨이다. 하나님은 사랑을 ‘낭비’하신다. 하나님이 사랑을 낭비하셔서 아들을 보내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구원받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고난은 결코 낭비하지 않으신다.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다.

나는 다락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그들의 곁에 존재할 뿐이다. 나는 자신의 사역에 충실한 사람들의 간증을 듣는 한 사람의 순원일 뿐이다. 하지만 흘러나오는 은혜는 남다르다. 그 시간은 삶의 현장에서 드리는 거룩한 산제사이기도 하다. 잦은 지방출장 탓에 온전히 섬기지 못하는 것 같아 그만 둘까 생각하다가도 다락방의 은혜를 생각하면 나는 결코 내려놓을 수 없다. 사역은 은혜의 샘물이다.

사랑부 다락방을 위해 기도하면 하나님은 늘 말씀하신다. “재원아, 네가 기도라도 좀 보태주련.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줘라. 나는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들을 맡길 집을 오래도록 찾았었어. 내가 누구에게 맡기겠니? 내가 정말 사랑하는, 신실한 부모에게 맡길 수밖에 없지. 너도 어려운 부탁은 친한 친구에게 하잖니? 가끔은 부모들이 애쓰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단다. 솔직히 나는 부모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단다. 재원아, 네가 내 마음을 대신 전해주련. 내가 누구보다 그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그 부모들에게 고마워한다고. 내가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시각장애자, 중보기도의 손을 높이 들다
보이지 않는 여정, 선명히 보이는 은혜

나정미 집사 / 목양5팀

나는 14살 때 첫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시선처리가 되지 않을 내 눈동자가 사진으로 남는 것이 싫었고, 평범함과 멀어진 나를 숨기고 싶었다. 그런 내가 다락방에 스스로 나간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적이다. 당시 믿음이 확고하거나 사람을 대하는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 나를 순장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예쁜 정미 씨”라고 부르신다. 자꾸 듣다 보니 내 평생 예쁘다고 들었던 횟수를 넘기고, 어느 순간 세상이 날 거절하던 “안 된다”는 메시지보다 더 많이들은 말이 됐다.

'손잡이가 없는 컵은 불편하다. 그래도 온기가 간절히 필요한 사람에게는 어느 컵보다 온기를 잘 전할 수 있다. 두 손으로 컵을 감싸면 저절로 기도하는 손이 되고, 기도할 마음까지 들지 모른다. 토기장이에게 잘못 빚은 질그릇은 없다. 다만 이모저모 쓸모가 있고 그 쓸 데를 찾아가는 여정이 길 뿐이다' 다락방에서 내가 고백한 묵상이다.

이 여정은 하나님과 함께여도 순탄하지는 않다. 곧 갑작스럽게 퇴사를 해야 했다. 넉 달 후, 빛과 어둠을 구분하던 시력마저 잃었다. 한 가닥 살아 있던 시신경이 완전히 잠들어버린 것이다. 웃음이 났다. 원망보다 놀라움이 컸다. 하나님보다 돈을 더 의지한다는 사실을 들켰다. 티끌과 같은 날 지켜보고 계신다는 사인이었다. 날 향해 일하시고 간섭하신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내 일을 이루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퇴사 전부터 다락방을 예비해 두셨다. 하나님께 돌아온 자녀를 꼭 붙드시는 것 같았다. ‘받은 복을 세어 보아라’ 난 이 찬송가 가사가 참 좋다. 내 삶의 여정이 순탄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숨은그림찾기를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 속에는 분명 사랑, 아픔, 재능이 숨겨져 있다. 그것을 찾는 날, 하나님이 이미 내게 주신 복을 알게 될 것이다. 모태에서부터 날 두드리셨던 하나님처럼 포기만 하지 않으면 찾게 될 것이다. 그래서 순탄하지 않은 여정에도 난 내가 이미 받은 복으로 은혜의 부자다.

그해 12월, 기억을 잃어가는 외할머니가 혼자 사는 내 집에 오셨다.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겁이 났다. 다락방에서 부모님을 소천까지 돌보는 순원들은 ‘하나님이 날 더 축복하시려고, 그것은 축복’이라고 하셨다. 그간 할머니에게 효를 다한 식구들에게 감사했고, 장애인이라고 편히 외면했던 일들을 회개하며 이제라도 모실 수 있음이 축복이라 생각하며 맞이했다.

'제가 외출하기 어려운 걸 아시고 하나님이 성탄 전에 집으로 산타를 보내주셨어요. 연세만큼 아흔 개가 넘는 지혜와 사랑의 비밀을 갖고 계신 산타세요. (중략) 산타의 모습에서 언뜻언뜻 예수님을 만나곤 합니다. 저는 맛없는 밥상을 차려드리고 맛있는 사랑을 먹고 지냅니다. 하나님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성탄에 이런 선물이 있을까요? 낮고 낮은 자를 쓰셔서 큰 기쁨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선물을 주기만 하는 산타에게 선물을 주는 영광을 감당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하나님이 우리 다락방 식구들마다 각각 주신 산타와 함께,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 SNS에 올린 나의 고백이다.

중보기도실 중보기도를 섬기다 기도 내용을 읽기가 어려워져 대신 주일 3부 예배 중보기도 봉사를 하게 됐다. 성전 바닥에 함께 엎드렸던 권사님들 같은 선대들의 기도에 나야말로 빚진 자였다. 나는 거저 복음을 들었지만, 그 복음은 거저 온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예배를 살려 나라와 교회를 세울 수 있는 중보기도는 내게 감사와 감격으로 다가온다. 이런 마음으로 이번 총선 때는 영적 건축을 위한 금식기도도 드렸다.

어디선가 기도의 자리를 지킨 성도들 덕분에 나는 영적 전투에서 살아남았다. 예배중보기도를 시작하고 내 예배가 살아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요즘은 교회에서 스치는 성도들이 내가 품어야 할 기도대상자들 같고, 나를 위해 중보기도 할 사람들 같다. 영가족이 이런 것일까? 기쁘다. 기도는 주고받는 대상과 분량이 분명한 교환이 아니라, 넘쳐서 흘려보내는 순환이니 말이다.